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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상

애인같은 은행원?


2시간쯤 전에 근처에 있는 국민은행을 다녀왔다.
국민은행은 주거래 은행이 아니고 본인의 집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은행이라 자주 가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나는 왠만하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기 때문에 은행에 갈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오늘은 국민은행의 현금을 인출해야 할 일이 있어서 굵은 장마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할 수 없이 차를 몰고 은행엘 갔다.

억수같이 퍼붓는 장맛비에 투덜거리며 은행을 들어서는데 창구의 여직원이 일어서서 반갑게 나를 맞는다.
몇가지 절차를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틈에 은행원이 얼굴에 화사한 웃음을 띄우고 묻는다.

"선생님. 밖에 비는 좀 그쳤는가요?"

너무나 정이 듬뿍 담긴 친절한 물음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예~~"

그런데 그시간 밖에는 엄청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너무 황송스런 친절에 내가 너무 놀라 덜컥 거짓말을 해 버렸다.
참, 오랫만에 받아보는 사심이 없는 고급스런 친절이었다.
그 흔한 '사장님'도 아니었고 나의 '불편함을 체크하는 물음'(인사고과?)도 아니었다.
언제 내가 이런 고급스런 친절을 받아 보았던가
아마 연애할 때로 기억한다.

요새는 관공서를 비롯한 금융권도 예전에 없이 친절하다.
게다가 대기 시간에도 일어서서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는 은행 여직원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런데 예전에는 왜 이런 친절이 되지 않았을까?

20여년전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동사무소에 갔을 때 로보트 태권 브이같은 얼굴 표정과 낮은 톤의 버스 안내양같은 억양 없는 대답을 하는 누나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동사무소도 많이 달라졌다.
옛날의 그 무표정하고 억양 없는 말대답은 사라진지 오래다.

은행은 어땠는가?
내 돈 내가 맡기고 저거들은 그 돈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우리 돈으로 월급을 나눠 가지면서 왜 그들은 그렇게 안하무인 고자세이고 우리는 이유도 모른채 주눅이 들어 있었던고.

지금은 모든 은행들이 친절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오늘 내가 받은 친절은 차원이 다른 최상급의 친절이었다.
우린 이런 친절을 받고 싶다.
'사장님'이 아니어도 괜찮다.
밖에 나가면 진짜 사장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좀 늦어도 괜찮다.
어차피 나가 봤자 차가 막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이뻐 보이는 국민은행 하양지점 창구 직원
정말 돈이 있다면 몇억짜리 예금, 적금이라도 그 아가씨에게 들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오늘 국민은행에서 따듯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