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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상

팔공산 탑골이 좋은 이유

난 토요일(2008.11.8) 오전 10시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산이 좋다 사진이 좋다"라는 주제로 팔공산 탑골로 출사를 나갔습니다.

몇일전부터 오락가락 우천을 예보했던 날씨는 그야말로 기우로 끝나고 차지도 더웁지도 않은 날씨는 등산과 출사를 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몇년 전부터 벼르던 등산을 한다는 설레임에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부리나케 팔공산으로 달려갔습니다. 예전에 포장을 하던 도로는 말끔이 포장되어 그야말로 파란 하늘과 함께 상쾌함을 더했습니다.


팔공산에서 수태골과 동화사밖에 모르는 필자는 생소한 탑골을 찾기 위해 이 골이 탑골인가 저 골이 탑골인가 골짜기마다 기웃거렸지만 쉬이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위의 등산객들에게 물어도 도무지 탑골을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팔공산 사기 사건??

그러다가 길가에 주저앉아 있는 연세가 약간 드신 할머니에게 여쭙기 위해 창문을 내리자 기다렸다는듯이 차문을 열고 발을 들이밀고 마시는 할머니는 말릴 틈도 없이 뒷자리에 그 귀하신 존재를 드러내셨습니다.
"할머니 지금 탑골을 찾는데요"
"동화사 차 아녀?"
할머니는 타고자 하는 급한 마음에 운전석 옆에 걸린 십자가를 못보신 것입니다.
"할머니 이리로 가면 탑골 나옵니까?"
"그래 나와!"

이윽고 차는 동화사 입구 매표소에 다다랐습니다.
차를 보자마자 반가이 달려오는 매표소 직원을 보자 뒤에서 나직히 들리는 할머니 소리
"노보살 탔다 그래"
"........."
"노보살님 뒤에 타셨습니다"
"아 ~예 그러세요. 2,000원입니다"
귀하신 노보살님이 타셨다는데도 꿋꿋이 손을 내밀고 있는 야속한 매표소 직원을 보자 이내 사태를 직감한 나는 할 수 없이 속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습니다.
순간 번뜩!
땅 파도 나오지 않는 2,000원의 가치를 생각하고는
"이리로 가면 탑골 나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매표소 직원
"아니요 여긴 동화산데요. 탑골은 돌아 나가셔야 합니다"

이런~ 매표소 직원들에게도 먹히지 않는 포스의 노보살 할머니는
"차가 아양교에서 고장이 났어. 차를 세워 놓고 버스를 타고 오는 데 하루 종일 서서 왔더니...."
혼잣말인지 필자를 보고 들으라는 말인지 중얼거리며 총총히 사라지셨습니다.

애고, 노보살이 아니라 원더걸스의 노바디였다면 포스가 한방에 먹혔을텐데.....
"노바디, 노바디, 원츄 ~~♩~♬"
노보살 할머니.
염불만 하시고 사기는 치지 마세요. 불쌍한 중생 속터져 죽어요^^

택시 운전사에게 물으니 아주 친절하게 구석구석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나머지는 쉽게 찾았습니다.

탑골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멋진 단풍


탑골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 회원님들을 보자 알록 달록한 등산복과 함께 단풍들이 어울려 한껏 멋진 경치를 더했습니다.


탑골이 좋은 이유

산이 그렇게 험하지도 않고 또 여타 등산지처럼 너무 많은 인원으로 어깨를 부딪쳐야 하는 그런 번잡함도 없이 호젓히 산을 즐기며 사진을 찍기에는 금상첨화였습니다.

옆계곡의 팔공산 수태골은 다소 가파르고 경치가 수려하다면 이 곳은 쭉쭉 뻣은 나무와 계곡, 한적함이 강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허락한다면 이 곳을 통하여 수태골의 동봉으로도 갈 수 있고 동화사 뒷편으로도 내려올 수 있는 참 좋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아직 사진을 배우는 초보 입장이라 훌륭하진 않지만 팔공산 탑골을 소개하는 마음으로 게시합니다.

옆에서 보는 것처럼 정상에 있는 염불암 입구에 쌓여 있는 돌탑들입니다.

돌탑에 인연하여 이름이 탑골로 불리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 팔공산 탑골의 기괴한 소나무>

< 팔공산의 아름드리 나무와 빽빽한 산림 >


이제 출사는 끝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팔공산에서 나눴던 동료들의 웃음과 대화들은 세월과 함께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겠지만
사진에 담긴 우리의 흔적들은 먼 훗날까지 2008년의 가을은 아름다웠노라고 내내 우리에게 말해줄 것입니다.

< 산 속에 있는 벤치와 벽시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