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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북리뷰]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대립의 시대에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다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10점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예담
\ 11,000

참 재미있는 책이다.
웃겨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 상상력을 펼쳐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기에 재미가 있다.

 이 책에 쌍을 이루는 단어들을 한번 보자.
남자와 여자, 사랑과 우정, 고양이와 개, 웃음과 눈물, 동물과 식물, 내혼과 외혼...
상대되는 개념의 두 단어를 맞대어 놓고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어느 틈엔가 그 두 단어는 상반되는 대립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참 묘한 일이다. 상반되는 개념으로 인하여 그 단어가 더 또렷이 존재 이유를 갖게 된다.


이 책의 저자 미셀 투르니에는 파리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철학교수가 되고자 했으나 어쩌다 출판사를 거쳐 작가가 되었다. 그런 그의 독특한 이력이 작품에 온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사물을 그냥 쉽게 흘려보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꺼리들을 제공한다. 이것이 철학적 사유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책 속으로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고양이와 개'의 소제가 붙은 대목이다.

고양이와 개는 가장 가정적인 동물이며 집에 잘 통합된 동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집에 통합되어 있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고양이는 개처럼 사람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 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가축'보다는 '길들여진 야생동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래서 가축인 개는 집 안에서 태어나지만 길들여진 야생동물인 고양이는 집 밖에서 새끼를 낳아 한 놈씩 사람이 사는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그리고 고양이는 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좋아하는 설탕과 단 음식을 싫어한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집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가 집 안에서 개보다 못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양이는 장식이며 사치이다.

고양이는 또한 고독한 존재이기도 하다. 개는 끊임없이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반면에 고양이는 동족들에게서 도망한다. 그리고 개는 사람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집 안 난로가나 등잔 아래에서 빈둥거리고 꾸벅뿌벅 졸고 앉아 있다.

개가 일차적인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이차적 동물이다.
사람도 개의 성정을 가진 사람이 있는 있는 반면에 고양이의 성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특성이 공존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

이 책은 대단히 철학적인 사고를 요하는 책이다.
급히 뭔가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지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싱거운 책이 될 수 있겠지만 지친 일상에서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 책이 지친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를 안겨다 줄 것이다.

이념의 대립, 빈부의 대립, 세대간 대립이 만연한 시기에 한숨 쉬어가며 조화와 균형을 생각할 수 있기에 다른 분들에게 추천한다.

http://sungjin65.tistory.com2012-01-07T00:08:35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