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시는 이웃분들은 제가 얼마전에 두툼한 지갑을 아파트 마당에서 주워서 경비실에 맡긴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전번 주 월요일 아침이었는데요 저도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그 이후의 소식이 궁금하여 전번주 토요일에 아파트 경비실에 인터폰을 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월요일 새벽에 지갑을 주워서 맡겼는데 주인이 찾아갔는가요?"
순간, 근무자가 바뀌고 또 시간이 5일이나 흘러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인터폰에서 그 당시 근무자 이름을 묻는데 새벽에 운동복 차림으로 나간 사람이 어찌 그당시 근무자 이름을 5일동안 암기하고 있겠습니까 모른다고 하자 이내 퉁명스런 목소리로 잠깐 기다리라고 합니다.
이윽고 장부를 확인한 근무자가 심하게 투덜거리며 그 즉시로 주인이 찾아갔다는 말을 하고는 일방적으로 확 끊어버렸습니다. 근무자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고 궁금하여 인터폰 하였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인터폰이 일방적으로 끊겨버리니 순간 얼굴에 열이 확 올라 당장 경비실로 뛰쳐 내려가려다가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 whatsinyourbag134 by Jinho.Jung ![]() ![]() ![]() |
더운 날씨에 고된 업무와 박봉에 시달리다가 도둑으로 오인받을까봐 서둘러 짜증이 폭발한 경비실 근무자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갑을 주워준 사람의 아파트 동,호수까지 경비실 근무자가 칠판에 적어 놓았는데 지갑만 달랑 찾아간 우리 사회의 무례를 원망하고자 합니다.
그 당시 지갑속에는 현금 2만원 가량과 상당량의 백화점 상품권이 들어 있었으며 각종 신용카드가 잔뜩 들어 있어서 지갑이 올챙이 배마냥 빵빵하였습니다. 그가 만약 법적으로 지갑을 찾아준 사람에게 보상을 한다면 상당액을 보상하여야 할 것입니다(주운 물건의 10% 가량을 법적으로 보상하게끔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몇만원 보상을 받지 못하여 투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인터폰으로 고맙다는 인사만 한번 하여도 제가 이렇게 분노하고 허탈해 하진 않을 것입니다.
작년에도 최신형 휴대폰을 주워서 주인에게 찾아 주었는데 주인의 무례에 후회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주운 물건을 주인에게 찾아 주려고 애쓰지 않겠습니다.
현금이 들어 있다면 차라리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해 버리고 신용 카드는 잘라서 안전하게 휴지통에 버리고 휴대폰은 최대한 밧데리를 방전시켜서 우체국 분실휴대폰센타에 맡겨서 주인이 직접 찾아 가도록 하겠습니다.
가뜩이나 복잡한 사회에
※ 1.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주웠을 시 우체통에 넣으면 우체부들이 주인에게 배달해 줍니다.
2. 분실 휴대폰 습득시 우체국에 맡기면 최대 2만원의 보상을 해 줍니다(2009/04/21 - 분실 휴대폰 맡기고 보상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