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늦게까지 MBC 문창극 긴급대담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보는 내내 참 안타깝고 갑갑하더군요.
저는 우리 역사에 대하여 관심이 많고 자부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자신있게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에 맞설 수 있고 동북공정을 펴는 중국에 할말이 있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를 자꾸 외면하려하고 미화하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이래가지고는 우리는 대~한민국은 커녕 또다른 일본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국민성 개조 문제는 일찌기 유학을 다녀온 선각자들이 하나같이 주장했습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위대해 보이지만 외국을 나가보고 그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고칠 것이 너무 많은 민족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외국을 배우자고 하면 사대주의로 몰아 부치고 우리의 고칠 점을 지적하면 식민사관의 잔재라고 몰아 붙입니다. 이래가지고는 우리가 아무리 기술개발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혼이 빠진 기술 선진국에 불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 방송에서 다루어 졌던 문제에 대하여 말씀해 보겠습니다.
1. 우리 민족이 게으르다는 부분에 대하여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계 어디를 가던지 부지런한 민족이라고 세계가 인정해 주지만 사실 옛날에는 우리 민족이 많이 게을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농업에 기반을 두었었기 때문에 농사일을 쉬게 되는 한여름이나 겨울에는 할일이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비닐하우스도 있고 또 여러 직업이 세분화 되어 있어서 불철주야 노력하지만 그 당시는 오로지 밭농사와 논농사로 먹고 살았으니 농한기에는 게으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시대는 전기도 없었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 늦게 일어나곤 했었습니다. 제가 시골에 살아 봐서 압니다. 이것이 일찍 산업화를 거친 서양 선교사의 눈에는 게으른 민족으로 비친 것입니다. 이것을 문창극 후보자가 강연을 하는 중에 말했는데 우리는 그를 잡아 먹을 듯이 불쾌해 합니다. 그것이 그 옛날 우리 과거의 현실이었는데도 말이죠.
2. 우리 민족이 지저분하고 미개하다는 부분에 대하여
지금은 우리의 화장실문화를 세계가 배워갈 정도로 깨끗하게 되었지만 7~8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의 화장실은 말도 못하게 지저분했습니다.
집집마다 푸세식이 기본이었고 공중화장실조차 문을 열면 바닥에 구더기가 기어 다녔습니다. 7~80년도가 이 정도였으니 동영상에 나오는 조선시대 서양선교사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겠습니까. 볼일을 보려고 화장실 문을 열면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냄새에다가 화장실 아래에 쥐까지 기어 다니니 기겁할 일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농업을 기반으로 했으니 봄이면 밭에다가 푹 삭은 인분을 그대로 뿌렸으니 마을마다 냄새가 얼마나 심했겠습니까.
개인 청결 문제도 그렇습니다.
6~7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들 입학식 때 손수건을 앞가슴에 달게 했습니다. 이것이 보기 좋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콧물 닦으라고 매단 것입니다. 그 당시는 아이들이 누런 콧물을 그렇게 많이 흘렸습니다. 또 몸에 부스럼도 많았고요. 못 먹고 못 씻으니 아이들의 피부에 땟국물이 줄줄 흐른 것이지요. 지금처럼 수도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제 어릴적 기억에 저녁에 우리 어머니들은 밤만 되면 자식들 내복을 하나씩 뒤져 이를 잡았습니다. 호롱불에 가까이 대면 뜨거우니까 이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었죠. (어떤 때는 학교에서 앞자리에 앉은 급우의 목덜미에 이가 기어다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가 많았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손톱으로 눌러 잡고 옷 틈새에 낀 이의 알들을 호롱불로 그을려 잡곤 했었습니다. 참빗은 아이의 머리를 빗어 머리이를 잡는 도구로 사용했었고요.
이런 모습이 서양 선교사들의 눈에는 미개하고 지저분한 나라로 비친 것입니다.
지금 세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TV 정글의 법칙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모습이 예전의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3. 조선시대 평가에 대하여
문창극 후보의 조선시대 평가에 대한 부분도 상당부분이 가슴 아프지만 맞는 얘기입니다.
지금 인터넷에서 민비라고 하면 맞아 죽을 분위기이지만 그들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돌아보면 통탄할 일이 많습니다.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권력욕과 그 사이에 끼인 우유부단한 고종을 드라마에선 비운의 왕, 난세를 온 몸으로 지켜 낸 왕후로 미화를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비록 나라가 힘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좀더 머리를 맞대고 협력을 했다면 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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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친일에 대하여
우리는 일본에 대하여 지나친 피해의식과 적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가 일본에 대하여 욕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친일로 몰아 부치곤 합니다.
저의 어머니께서는 일제시대에 태어나셨어도 일본인 개개인에 대해선 그렇게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정치가 그렇듯이 몇사람이 주도해서 정권을 잡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일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위정자들이 우리에게 국가적으로 못된 짓을 많이 했지 일본인 모두가 우리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대단히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었다고 어머니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일본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본인 개인에게까지 적대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위의 사실에 공감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연세가 조금 있는 분들은 대부분 아실 것이지만 젊은 세대들은 전혀 이해 못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집안에 계신 부모님께 한번 여쭤 보시고 집안에 어른이 안 계신 분은 가까운 노인정이라도 방문하여 예전에 우리가 살았던 생활상을 한번 물어 보십시오. 세대간 간극을 이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글은 문창극 후보자가 총리로 적합하다 아니다를 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에 대하여 많은 부분에 대하여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좋지만 우리의 나쁜 점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고 한 사람의 인격을 이렇게 깔아 뭉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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