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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상

내 사랑 내 곁에 - 절제된 죽음의 기록


개봉전 김명민의 살인적인 감량으로 화제를 모았던 <내 사랑 내 곁에>를 서둘러 가서 보았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기대를 하였던 영화여서 이미 많은 분들이 영화관을 찾았고 또 인터넷에선 영화를 보기전 정보를 얻기 위해 열심히 리뷰를 검색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하고 갔던 사람들이 막상 영화를 보고서는 '역시! 김명민'이라는 리뷰를 올리기도 하지만 실망섞인 리뷰를 올리는 사람도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2009년 전국을 울릴 감동 휴먼 스토리.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그가 당신을 울립니다"라는 화려한 광고 문구는 관객들에게 김명민을 통하여 한바탕 울어볼 심산으로 영화관을 찾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담담하게 루게릭 환자의 죽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마치 중국집에서 얼큰한 국물을 예상하고 짬뽕을 시켰는데 자장면이 배달된 기분같다고나 할까요.

애초에 박진표 감독은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여 관객을 울릴 마음이 없었던 듯 합니다.
CJ엔터테인먼트의 거대 배급사가 김명민을 이용한 손익계산에 너무 치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추측해 봅니다.

이 영화는 많은 것을 생략합니다.
그래서 죽음을 예약한 백종우(김명민 분)이지수(하지원 분)의 순탄한 결혼도 관객들의 눈에는 엉뚱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안하무인 피겨선수 서진희(손가인 분)의 백종우에 대한 순응도 관객들의 공감을 받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나머지 병실의 가족들도 수고한 노력에 비해서 크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리뷰를 기록한 어느 블로거는 '김명민은 김명민으로 보이고 하지원은 하지원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김명민이 영화에서 루게릭을 투병하는 백종우로 보여야 하는데 그냥 앙상하게 말라버린 김명민으로 보인다는 것이지요.

배우 김명민의 열연


저도 동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영화 개봉전 주연 배우에 대한 기대를 너무 부풀려 놓은 것도 있지만 감독의 연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독의 연출 의도를 읽고자 인터뷰를 찾으니 어디에서도 찾지를 못하겠군요.

이 영화는 완전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보기보다는 왠지 예전에 TV에 나오던 "병실 25시"같은 인간극장 비슷한 영화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냥 몰두해서 보기 보다 설겆이를 하면서 또는 신문을 읽으면서 틈틈이 곁눈질로 보는 나와 다른 화면 속의 사건으로 밖에는 와닿지 않습니다.

김명민, 하지원이라는 뛰어난 배우를 두고 관객이 이런 느낌이 들게 한 책임은 올곧이 감독이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