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제 우리 나라의 정치인과 견주어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오바마가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한다는 글을 부러움으로 썼었습니다.(2008/12/02 - [Issue Story/정치 경제] - 우리 국민은 왜 화합할 수 없는가?)
공교롭게도 어제 오후에 공식적으로 차기 오바마 행정부의 인사들을 기자들에게 소개하는 화면을 외신을 통하여 보았습니다.
그 인선을 우리 나라의 언론에서 평하는 것을 보니 대체로 칭찬하면서도 '클린턴 3기 내각'이니 '변화의 실종'이니 하면서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그 우려가 미국의 분위기를 전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시각으로 평하는 것인지는 한국 땅에 앉아있는 필자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필자는 언론은 그냥 있는 그대로만 전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것을 평할 만큼 우리의 정치가 성숙되지 않았고 우리의 시각으로는 그것을 올곧이 제대로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데일리 뉴스 : 오바마 인선, `변화실종`으로 볼 수 없는 이유)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을 대표하던 퍼스트 레이디였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거절한다고 해서 그리 손해볼 것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괜히 초대 국무 장관으로 갔다가 상처만 입고 이미지를 구겨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도 못할 일이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나라의 대통령 경선 후보였던 박모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총리 제의를 거절하니 마니하는 소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소식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주목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번 인선에서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의 유임 소식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파격적인 인선입니다.
우리 나라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공기업의 장들은 임기가 남았어도 자리를 물러나야 할 분위기입니다. 이번 정부때문만이 아닙니다. 벌써 전부터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조리 목을 날리고 자기 인사를 대선때 기여도에 따라 임명해 왔습니다. 그러니 새정부가 들어서면 당연히 미운 털이 박힌 옛인사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가지고 '이명박 정부가 너무하네'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혹시 필자의 이 글에 애국심이 출중한 몇몇 블로거들이 사대주의(事大主義)라고 말한다면 굳이 대꾸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 나부랑이를 가지고 한자성어까지 섞어가며 평하는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사대주의(事大主義)의 본 뜻도 모르는 사람에게 대꾸할 값어치를 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미국을 무조건 물러가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은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