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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상

[대왕 세종] 제대로 감상하기

내게는 언제부터인가 토, 일요일마다 귀가를 서두르게끔하는 이유가 한가지 있다.
바로 KBS 에서  방영하는 대왕 세종(KBS 2TV 토, 일요일 오후 9시 5분)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재미있게 보고 있는가 검색하여보니 의외로 시청률이 10%대로 저조한 것으로 나온다. 더우기 이번에 광고 수입의 방편으로 KBS 1TV에서 2TV로 옮기고 나서는 시청률이 더 떨어졌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본인이 보기에 대왕 세종 전에 방영했던 대조영보다는 완성도가 더 높은 프로그램으로 보이는데 의외로 고전하고 있다니 아쉽다. 아마 시청자들이 다른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눈요기거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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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건대 시청률 저조의 원인 아마 아래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째, 사극인데 무술씬이 많지 않고 지리한 내면 연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성군으로 알려진 세종대왕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이산(MBC. 월,화 저녁 9시 55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도세자에 대한 아픈 역사를 떠 올릴 수 있고 대조영은 발해 건국에 대한 이야기, 연개소문은 북방 정벌에 대한 이야기 등등 깊게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번에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아마 세종대왕에 대한 이미지는 성군 이미지가 강하여 복잡한 갈등 구조를 쉽게 유추할 수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세째, 맛깔스러운 감초 연기자가 없다.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는 MBC의 임현식씨나 금보라씨같은 걸출한 감초 연기자가 없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대왕 세종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드라마에 몰입할 수가 없으며 혹여 중간에 드라마를 접한 사람은 따분해서 다시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대왕 세종 을 아껴보는 이유는 위와 같은 부분이 없기 때문에 더 사랑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마 어줍짢은 전투씬이 많았거나 시청내내 몇몇 연기자가 무게감없이 촐싹거렸다면 지금보다 훨씬 재미가 반감되었으리라 확신한다.

우선 내게는 세종대왕에 대한 이미지 파괴가 초기 흡입력으로 작용했다.
이때까지 알고 있고 상상하고 있었던 모범생 이미지가 초반에 상당부분 날아가 버렸다.
드라마를 시청하기 오래 전 어느날 문득 의문을 가졌던 태종(이방원)과 세종의 풀리지 않는 관계였다.
형제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무력으로 권력을 빼았았던 이방원과 세종대왕이 부자지간이라니...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이성계와 이방원은 쉽게 연결이 되었는데 도무지 이방원과 세종은 연결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무지막지한 아버지 밑에서 차라리 문약하다시피한 세종이 탄생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성군으로 추앙받는가 말이다.

의문도 그때뿐 바쁜 일상에 쫒겨 잊고 있었던 그 의문이 드라마의 전개와 함께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었다.
그냥 순조로이 세습으로 알고 있었던 왕권이 치열한 권력 투쟁의 산물이었으며 세종은 서열에서도 한참 밀리는 세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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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대왕 세종의 시청 포인트는 연기자들의 보이지 않는 내면 연기다.

태종(김영철분)은 자기의 권력 쟁취의 아킬레스건인 무력 혁명을 끝까지 마음에서 떨쳐버리지 못한다.
후계자로 책정되었으면서도 끝임없이 자기에게 도전하듯 하는 양녕대군(박상민분)에게서 옛날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는 끝내 그를 벌하거나 내치지 못하는 나약함을 보인다.

그리고 자기의 이상형인 세째 아들 충녕(김상경분, 나중에 세종) 가운데서 그의 능력과 재능을 보면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그가 좀더 냉정하고 대범하기를 채근한다.

그러나 그 둘은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녕은 양녕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고 충녕은 충녕대로 나약하고 물러 터졌다.
아마 태종양녕의 용맹과 세종의 부드러움 모두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디 사람이 그 모두를 겸비할 수 있겠는가

원경왕후(최명길분, 태종의 비)는 자기 몸으로 나은 두 아들(양녕, 충녕)이지만 이상하리만치 첫째인 양녕에게 집착한다.
부모에게서 맏이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지만 드라마에서 원경왕후충녕(세종)에게는 모질기만큼 싸늘하고 양녕에게는 한없이 약하기만 하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여기에서는 첫째와 세째에게는 확연히 다른 사랑을 베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마 그의 내부에는 이런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게 아닐까
이 세상의 모든 여인이 행복한 가정을 꿈꾸겠지만 특히 가족내에서 피비린내나는 활극을 경험한 여자인 원경왕후에게는 더욱더 가정의 안정과 평화를 원하는 것이리라.
지아비인 태종이 5번째 형제로 태어나 위의 4명을 모조리 제압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활극이 다시 자기 아들인 양녕충녕 사이에 벌어지는 것을 다시 목격하고싶지 않은 간절한 바람에서 나온것이리라.

이런 드라마를 보는데 얼마전에 배운 상담 심리학이 많은 도움이 된다.
요사이는-옛날에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작가들도 다 이런 관계 심리학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제 곧 양녕이 세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충녕(후에 세종)이 세자에 책봉될 것 같다.
어제(5월 4일 방영분) 마지막 장면에서 태종충녕에게 '세자 자리를 주면 받을것인가?'고 물으면서 끝이 났는데 이번주 토요일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예전의 충녕 같으면 또 사양할 것인데 지금의 충녕은 옛날의 충녕이 아니므로 받을 것 같기도 한데 어찌될 지 모르겠다.
아마 예상건대 충녕이 세자 자리를 받고 양녕이 그 자리를 되찾기 위해 애쓰는 갈등 구조로 갈 것 같다.
그런데 그러면 너무 싱거워지는데....

내가 제대로 드라마를 따라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다.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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